경남 사천 참다래 재배 김동섭 농가

찬란한 황금빛 태양이 이끄는 데로 몸을 옮긴다. 늦가을답지 않게 쨍쨍하게 내리쬐는 태양은 푸르른 바다가 인접해 있는 남쪽 마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곳은 새콤달콤 참다래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있는 경남 사천의 김동섭 농가다. 맛과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의 고집 있는 농사이야기와 마주해본다.   

 

늦가을 남쪽나라의 햇살은 강렬했다. 뜨거운 햇볕이 경남 사천 참다래 농원에 내리쬐고 있을 때 그을린 얼굴로 수건으로 땀을 닦던 김동섭 사장은 사람 좋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보기만 해도 넓고 넓은 농장, 또 보기 만해도 부지런할 것 같은 그의 성격, 분명 손수 하나하나 일군 터전일 것이다.

단감농사를 접고 참다래로 전향하다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포항에서 시작한 직장생활은 김동섭 사장에게는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남들 보기엔 안정적이고 보수도 괜찮은 직장이었지만 스스로가 불편한 생활이어서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그 후 사업도 하다가 실패를 보며 95년 잠시 머리 식히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부모님이 계신 고향 경남 사천으로 내려왔다. 선대로부터 내려오던 단감농사를 짓고 있는 아버지 옆에서 일손 거들며 좀 쉬었다가 다시 직장을 잡을 생각이었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이 힘들게 농사일을 하시는 것을 보고 가만히 놀 수만은 없어 옆에서 조금씩 거들던 것이 어느새 제 몫이 돼버린 것이죠.”

나만 잘하면 농사만큼 편한 직업도 없겠구나라는 단순한 생각에 농사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다며 김 사장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 당시에는 단감 가격도 꽤 괜찮았기에 과원 규모만 좀더 늘려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그만큼의 수익은 보장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IMF가 터지면서 단감 가격은 바로 내리막길로 치달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풍 등 자연재해가 계속되면서 약 3년 동안은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로 힘든 시간이 계속됐다. 많이 주저앉고 싶었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며 훌훌 털어버리고 ‘젊음’을 무기로 다시 일어섰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다시 단감농사에 집중한 결과 농사는 매년 풍년을 맞았고 임대농장까지 두며 총 8ha(24,000평)로 규모를 넓혔다. 당시 ‘단감’ 맛과 품질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주위의 찬사를 받으며 김 사장은 승승장구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농촌의 고령화로 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매년 수확철이 다가오면 걱정부터 앞서기 시작했다. 단감나무는 높기 때문에 사다리를 이용해 올라가 수확을 해야 하기에 노동력이 더 많이 필요로 했다. 그러면서 주위의 조언도 듣고 여러 교육도 다니면서 고민 고민하다 단감보다 상대적으로 수확기에 노동력이 덜 드는 참다래 농사를 짓겠다고 결정했다.

사천은 따뜻한 기후로 참다래 농사에 적합한 지역이며 또 이미 참다래가 특산물로 명성이 나 있기도 하다. 현재 대략 270농가에서 참다래 농사를 짓고 있다. 참다래는 나무 키 높이가 낮아 수확도 편하고 또 친환경 재배가 가능한 작목이기에 공부를 하면 할수록 메리트를 느꼈다고 김 사장은 말한다.
이러한 확신을 가지고 단감농사를 모두 접고 참다래 농사로 전향하기 위해 5년 전 먼저 2.6ha(8천평) 과원에 단감나무를 베고 토양조성에 들어갔다. 그때 들어간 시설투자비만 해도 엄청나다.


정성들여 키워 맛과 품질로 인정받겠다

참다래 묘목을 심으며 참다래 공부를 할 시기,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 김동섭 사장은 농업기술센터에 참다래 영농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강의하러 온 남해출장소 곽용범 박사를 알게 됐다.
김 사장은 참다래 재배정보가 필요했고 곽 박사는 참다래 시범재배 농가가 필요하던 찰나였기에 두 사람의 궁합은 딱 맞아 떨어졌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전화 또는 직접 만나서 참다래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며, 지금은 서로 의지하며 함께 가야할 인연으로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매일매일 정성 들여 참다래 과원을 관리한 결과 김 사장은 작년에 첫 수확이라는 쾌거를 이뤘고 약 10톤 물량을 수확해 ‘실안 참다래’라는 상품명을 달고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모두 판매했다. 주 재배 품종은 ‘헤이워드’와 ‘제시골드’이지만 ‘골드러쉬’와 ‘스키니그린’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여러 품종을 직접 재배해보고 품종별 특징도 익히고 서로 비교하면서 앞으로 주력할 품종이나 가야할 방향도 설정 중에 있다. 


그리고 올 겨울에는 나머지 과원 0.66ha(2,000평)도 토양조성에 들어가 내년 봄에 참다래 묘목을 심을 예정에 있어 김 사장은 전체 과원 3.3ha(10,000평)에 규모화된 참다래 농원을 꾸려나가게 됐다.
전체 농원의 참다래 나무가 성목이 되어 100% 수확이 가능할 때에는 약 100톤 물량이 수확돼 대략 3~4억원 정도의 매출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처음 단감나무를 벨 때만해도 아버지의 반대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게 심했다고 한다. 선대부터 내려오던 단감농사를 저버린다고 하니 당연히 반대가 있었다. 부자는 서로 말 한마디 안할 정도의 냉전을 몇 달 동안 치러야 했다. 그러다가 참다래 과원이 가꿔지고 인근 농가에서 견학을 오며 규모화된 농원을 보고 칭찬에 부러움 섞인 주위 이야기를 듣고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이 아버지도 서서히 마음이 풀리며 이제는 김 사장을 응원하는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가야할 길도 멀지만 우선은 막연한 기대감에 아침 일찍 과수원에 오면 마음이 설레인다는 김동섭 사장. ‘실안 참다래하면 참 맛있더라’라는 이야기를 전국 방방곡곡에서 듣고 싶은 게 그의 목표이며, 또 소비자에게 친근감 있게 우리 참다래를 소개하고 맛보여주며 다가서고 싶다고 한다.
젊은 시절 값비싼 수업료 ‘실패’를 경험했기에 그것을 발판 삼아 이제는 부지런히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김동섭 사장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 보인다. 최고 품질의 참다래를 재배해 소비자에게 그 맛과 품질로 인정받으며 정상에 선 그의 모습을 그리며 그는 오늘도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Mini Interview - 남해출장소 곽용범 연구사

“참다래 품종 육성 연구를 12년 동안 하고 있는데 항상 아쉬웠던 것이 규모화된 과원에서 시범재배를 통해 농가 현장실증시험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제대로 규모화 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과원을 만난 것 같아 기쁘기만 합니다. 김 사장님은 고집 있게 농장관리를 잘하는 분으로 꼼꼼하고 부지런함 또한 최고입니다.
이렇게 뚝심 있게 농사를 지으시니까 잘한다고 입소문도 자자하고 이 큰 규모의 과원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내년부터 이 농장에 우리 품종을 시범 재배할 예정이며 앞으로 새로운 품종 보급시 모델케이스가 될 수 있는 좋은 농장이 돼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관계로 지속 발전해 함께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원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