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배꼽 있는 배 농원’ 신재환 농가

아침 일찍 먼 길 나설 채비에 분주하다. 오늘은 경북 영덕에서 우리 품종 ‘만풍배’ 현장평가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본 품종인 ‘신고’가 전체 배 재배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오늘날, 우리 품종이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걸음에 영덕으로 달려가 우리 품종 개발과 재배에 노력하고 있는 배 재배농가 신재환 사장과 배시험장 강삼석 연구관을 만났다.


경북 영덕의 가을날은 상쾌하고 맑았다. 고불고불 포장된 산길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청명한 가을 햇살 아래 만풍배 현장평가회 장소인 ‘배꼽 있는 배 농원’이 보인다. 여기가 바로 신재환 사장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자 보금자리이다.

높은 당도, 조화된 신맛, 풍부한 과즙의 만풍배에 반하다 
8남매의 둘째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 가난이 싫어 일찌감치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 객지에서 10여년 정도를 일하다 귀농을 결심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과수원과 고향 내음이 무척 그리웠기 때문이다.
결혼 후 89년 경산 하양에서 묘목 접붙이기 일을 배우면서 묘목 특징도 익히고 농사의 기초를 다졌다. 그 후 고추농사를 약 5년 정도 지었는데 토양과 지역적 환경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작해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다 93년 영덕에서 본격 배 농사를 시작했다. 과거 배운 묘목 접붙이는 일이 계기가 되어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배 농사를 시작하면서 어떤 품종을 재배할 지 추천받기 위해 나주 배시험장을 찾아가면서 농진청과의 긴 인연은 시작됐다. 초창기엔 ‘감천배’를 재배해 실패도 맛봤지만 이 실패를 통해 물론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이러한 산 경험과 재배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신 사장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쯤 도농업기술원에서 배 품평회를 할 때 ‘만풍배’를 맛보고 그 매력에 반해 지금은 만풍배 전도사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배시험장에서 방문할 때마다 바쁜 일정에도 손수 과수원 이곳저곳을 안내하며 만풍배를 만들어준 것에 연신 고마움을 전하는 신 사장을 보면 만풍배 사랑이 막대함을 알 수 있다.


만풍배는 녹갈색의 투박한 외형으로 겉모습만으로는 사랑받기 어렵지만 높은 당도와 조화된 신맛, 풍부한 과즙 등으로 한번 맛본 사람은 반드시 찾는 내실이 아름다운 과실이다. 현재 재배면적은 아주 미미하지만 지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한 직거래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신 사장도 만풍배의 매력적인 맛에 한번에 사로잡혀 현재 0.66ha(2,000평)에 만풍배를 재배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재배면적을 0.66ha(2,000평) 더 늘릴 예정에 있다. 전체 과수원이 8.6ha(26,000평) 정도 되며 배 재배가 주를 이루지만 복숭아와 사과도 소규모로 하고 있고 축사도 0.23ha(700평) 정도 가지고 있다. 현재 매출액은 약 4억원 정도이며 5년 후 1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비자를 직접 만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농업인
“아들에게 3년 후 연봉 1억원을 안겨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신재환 사장은 ‘배꼽 있는 배 농원’의 2대 CEO로 자신의 아들을 점찍어 놓았다. 아들 역시 일찌감치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 곁에서 농장 일을 배우는데 열중이다.

복숭아 과원과 축사는 아들에게 물려주고 신 사장은 오직 배 재배에만 정성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그의 아들 역시 아버지를 닮은 부지런한 성품으로 농장 일을 꼼꼼히 챙기고 있으며 특히 직거래 유통장인 온라인 페이지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신 사장은 주로 직거래를 통해 과실 유통을 하기에 온라인 페이지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온라인 판매직원까지 둘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 광고를 하는 등 올해 홍보비에만 무려 1,300만원이 투자됐다고 한다.


유통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초창기엔 직접 트럭을 몰고 아파트 상가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찾아다니며 소비자를 만났다. 먹어보지 않고 눈으로만 과실을 구입하면 간혹 후회할 때도 있지만 직접 먹어보고 고른 과실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가능함을 몸으로 느끼고 실천했다. 이렇게 소비자 반응도 직접 체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 것이 지금의 농원이 승승장구하는 이유이겠다. 

여기에 또 하나 그는 항상 변화를 추구하며 한곳에 만족하고 안주하려 하지 않는다. 배 봉지도 가지 특성에 맞게 하나하나 직접 테스트 해보고 늘 공부하는 것이 몸에 베였다. 이러한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것 역시 신 사장의 원동력이다. 농업벤처대학이나 친환경 대학 등 꾸준히 공부에 열정을 쏟고 있다.

요즘은 배우지 않으면 답보상태에 빠지기에 그는 지속적인 영농교육과 전문교육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즐겁게 생각하고 있다. 나보다 못한 농장에서도 배우는 게 하나는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여러 곳을 다니며 부딪치고 경험하며 몸소 배우고 있다.  


배시험장 강삼석 연구관은 우리 품종을 제대로 생산하고 소비자를 사로잡는 경영능력이 뛰어난 농업인으로 신재환 사장을 표현한다. 그만큼 소비자의 마음을 알고 안성맞춤인 과실을 생산하는, 품질만큼은 자신 있는 농가라는 의미다.
직접 발로 뛰며 소비자를 찾아다니는 근성,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늘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도전정신, 이 모든 것이 오늘날 신 사장을 있게 한 탄탄한 기초체력이겠다. 그는 오늘도 소비자를 생각하며 배 과수원으로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오로지 소비자를 위한 품질 좋은 과실 생산에 여념이 없는 신재환 사장과 그의 아들이 이끄는 ‘배꼽 있는 배 농원’의 희망찬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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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예원